용들의 계절

손가락 틈새로 낡은 숲이 차오른다. 그대로 주먹을 쥐자 짧은 실들은 모두 아래로 빠져나간다. 케이시는 단조로운 패턴으로 반복되는 얕고 통제된 숨에 카페트의 청록색 올이 파르르 눕는 것을 본다. 오래 묵은 먼지 냄새가 바닥을 무겁게 흐르고, 뺨을 누르는 싸구려 아크릴 합성사는 얇은 피부 위로 느리지만 확실하게 사르는 듯한 감각을 남긴다. 눕히지 않은 블라인드 틈새로 떨어지는 정오의 해가 바닥과 손등을 타고 깨끗한 줄무늬를 그린다. 케이시는 팔뚝 위로 곤두선 소름의 굴곡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항상 추워했으므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리겔의 과묵한 전령으로서 창가에 방문한 드론을 되돌려 보내고 나서 그는 이제 그만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몸을 웅크려 세우고 발치에 볼썽사나운 철골 무덤처럼 쓰러진 휠체어를 바로 일으켜 세워 그나마 남은 자존심의 티끌이라도 그러모아 움켜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동시에 숨에 뜬 먼지들을 숨을 곳 없이 비추는 얇은 해 줄기는 그 모든 일들을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난제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밖에서는 어린 애들의 웃음 소리가 높게 터진다. 바람이 실어 오는 폭약 냄새가 희미하게 떠돈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 케이시는 그들을 차갑게 사랑했다가 다시 뜨겁게 증오한다. 결국에는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온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레드시프트가 말한다. 당신의 안식처는 어떤가요. 그가 또 말한다. 산에 작은 오두막을 가진 사람. 잘린 사슴 머리를 위에 건 난로를 가진 사람. 유일하게 가치 있는 내러티브를 지키는 사람. 케이시는 역겨움을 느꼈고, 팔을 끌어다 바닥을 짚는다. 싸구려 아크릴사가 팔을 가늘게 벤다. 풀벌레 소리가 난다. 생이 목 뒤에서 끓는 소리를 듣는다. 좋다, 개자식들아. 난 평화를 원한 적이 없어. 그는 무겁게 죽은 후회를 끌어 앞으로 기어간다. 원을 덧그릴 준비가 되었다.